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프라무디아 아난타투르 작가의 가족들과 만났어요. 프라무디아 작가는 1980년대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고, 과거 한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알려진 인도네시아의 대문호였습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으니, 적어도 프라무디아의 이름과 작품 정도는 기억해야 마땅한 일이지요.
그의 부루 4부작은, 수하르토 정권에 의해 감금된 부루 섬에서 썼는데, 망명지에서 문학 활동이 금지되자 감금자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이야기를 보전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각지의 작가들이 그가 망명지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라고 정권에 항의하는 운동을 벌였지요. 한국에서는 ‘인간의 대지’와 ‘인도네시아의 위안부이야기’ 그리고 프람의 대담집 ’작가의 망명‘이 출간되어 있어요.
작가의 손자가 우리를 알아보고 이름을 불렀습니다. 몇 년 전 한인니문화연구원을 통해 그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 출판하는 일을 돕느라 자주 얼굴을 보았는데, 이후 팬데믹이 닥치면서 소식이 거의 두절되다시피 했지요. 그의 작품을 한국에서 출판하면서, 원장님이 한국어 출판권을 따내느라 몇년 간 고군분투하셨어요.
우리는 이 놀라운 우연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악수를 나누고 어깨를 껴안았습니다. 게다가 저는 한국에서 출간된 프라무디아의 대담집인 ‘작가의 망명’을 다시 읽던 중이었으니,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지요. ( Dia.lo.gue 카페 주인장도 이 우연한 만남이 너무 놀라워서 팔에 소름이 돋는다며..ㅎ)
불현듯, 운명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친 김에, 프라무디아를 생각하며 썼던 저의 시 <프라무디아를 기억함>이라는 시도 같이 올려봅니다.
(사진 맨왼쪽부터: 프라무디아 작가의 딸인 아스뚜띠 아난따투르, 채인숙 시인, 사공 경 원장, Dia.lo.gue 주인장인 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