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세계 한인의 날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특별 인터뷰
‘한국과 인도네시아 문화의 허브 《한인니문화연구원》을 성장시킨 주역’
“수상의 영광에 앞서 《한인니문화연구원》(이하 연구원)이 한국과 인도네시아 문화의 허브센터로 높이 평가를 받는 것 같아 기쁜 마음입니다. 인도네시아를 생업과 교육의 장소 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서 함께 이해하고, 향유하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한인들, 그리고 한인회와 재능 있는 연구원 가족들 덕분에 오늘의 이 영광스러운 상을 수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제17회 세계 한인의 날 유공 정부포상자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은 겸손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750만 재외동포의 한민족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적 의의를 되새기기 위해 2007년부터 재외동포들의 권익 신장과 동포사회 발전에 공헌한 분들을 선정해 정부 포상을 실시해오고 있다. 재외동포를 대표하는 인물을 선정하는 자리인 만큼 심사과정은 해마다 더 촘촘해진다. 특히 재외동포청이 설립된 뒤 처음으로 진행되는 정부포상에서 쾌거를 거둬 이번 수상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인뉴스는 사공경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상 배경과 그간의 노력,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Q. 제17회 세계 한인의 날 유공 정부포상자 국무총리 표창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적도에서 ‘문화예술의 길’을 홀로 개척하다시피 하셨기에 수상의 의미가 더욱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정부에서 수여하는 포상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저보다는 연구원에 주어진 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젊은 어느 날 인도네시아 문화예술에 반해버렸습니다. 다양한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오리지널티가 있는 문화였으니까요. 낯설음이 주는 열정으로 무작정 집을 나와 외출을 감행했습니다. 그로부터 30여년입니다. 아름답기만 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외롭고 구부러진 길이 더 많았습니다. 허나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지혜는 부족했고 열정만 앞섰지만 어설픈 사명감과 책임감은 저를 놓아 주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미래가 보였으니까요. 연구원이 내 아까운 청춘을 빼앗아 갔다고 느낄 때도 있었답니다. 주저 앉고 싶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손을 잡아 준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수상을 하고 보니 운명이 얼마나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는지 감사함을 느끼며, 앞으로 더 의미 있는 행보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지금까지의 50년보다 앞으로 더 긴밀해질 양국의 관계를 위해서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한 단계 심화된 교류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 설레게 됩니다. 저는 이러다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영영 길에서 헤매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웃음). 계속 길을 만들며 걸어가겠습니다.
Q. 어떤 면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셨다고 보시는지요?
꿈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에 오는 한인들도 다들 큰 꿈을 가지고 오십니다. 그리나 생업에 쫓기다 보면 문화예술 분야에 마음을 닫고 지내게 되죠. 문화예술이 밥이 되지는 못하니까요. 우리 한인들이 문화예술 분야에도 마음의 문을 살짝 열어 놓게 하는 나무쐐기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연구원의 역할에 대한 수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보통 해외 동포사회에서 개인적으로 생활하는 낱개의 삶에서 함께 어우러져서 무엇인가를 이루어 간다는 공동의 역사를 축적해 간 것이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얻은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수상의 영광은 저 한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한 회 한 회 참석했던 모든 이들의 추억과 시간, 경험에 대한 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1999년부터 문화탐방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339회를 기록했습니다. 문화탐방 이외에 12회의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 및 시상식 개최, 86회의 열린강좌 운영, 세미나, 전시회 기획 및 주관 등 여러가지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함께 하신 분들이 약 50,000 명이 넘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한-인니 50년 역사에서 인도네시아아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인으로서 인도네시아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성실히 수행해 왔기에 이러한 영광된 상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그러한 활동은 궁극적으로는 한국, 내 모국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Q. 한인니문화연구원 원장으로서 인도네시아 문화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인도네시아는 어떤 나라인가요? 가장 많이 받아본 질의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나라인 것 같습니다. 굳이 한마디로 정의를 해야 한다면 ‘다양성’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TV에 나오는 일기예보를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합니다. 전국에 걸쳐 비가 오겠다고……. 중국이나 미국처럼 큰 나라 전체가 비가 온다니. 그들에게는 노아의 홍수가 올 것이라는 예보나 같은 것이겠죠.
얼룩말을 보고 흑인은 검은 바탕에 흰 줄이 있다고 하고, 백인은 흰 바탕에 검은 줄이 있다고 한답니다. 다른 말인가요? 얼룩이 진 말이라는 점에서는 본질은 같죠. 인도네시아는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수많은 종족과 언어가 공존하는 다양성이 있는 나라이고, 인도네시아인들은 우리와는 얼굴 생김이 조금 다르지만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죠. 그 보편성을 바탕으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첫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문화탐방을 사회화하면서 교민사회에 대한 첫사랑, 인도네시아에 대한 첫사랑을 실현하면서 시작된 단체입니다. 탐방을 영상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많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텍스트 정보를 읽지 않은 추세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직접 연구원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문하실 수 있도록 연구원의 활동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게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인도네시아 문학상이 재정의 어려움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재정마련을 통해 문학상 및 시상식을 거행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입니다.
세 번째로는 조직의 안정성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정회원(회비 납부 회원)을 늘리고 참여를 활성화하여 안정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인 팀원들을 모집하여 국제교류팀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지금까지 우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를 깊이 있게 아는 것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문화강국인 인도네시아의 저력을 한국사회에 알리는 것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류는 최고의 발전단계를 구가하고 있는데, 여전히 한국에서 인도네시아에 대한 인식은 그리 활발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동남아의 인도네시아 문화와 동북아의 한국이 문화의 각각의 고유성들이 깊이 있게 소통된다는 것은 그 문화적 토양의 다양성을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에 인도네시아를 알리는 일들을 다양한 채널과 기회를 통해서 수행하고 싶습니다. 작년 한-인니 50주년으로 한국사회가 인니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그에 대응하여 좋은 통로로서 연구원이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인도네시아 연구자들과의 결속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한인 여러분들이 자주 찾고 싶은 연구원이 되는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려 오시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경제활동입니다. 그 경제활동이 더 원활하게 성과있게 되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정서, 그들의 생각, 그들의 가치관을 통한 상거래 관행을 자연스럽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사업가는 세상을 한 발 앞서고, 시인은 세상을 두 발 앞선다”고 합니다. 이 말은 시인의 통찰력, 예술의 상상력이 때론 경제를 이끌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우리 교민들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인도네시아 현지인과 교류하지 않고 ‘한국인 섬’ 속에 갇혀 지내시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지점입니다.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들이 누릴 수 있는 인니문화예술 인프라는 한국의 인프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 방대한 나라에 살면서 우리 교민들이 애써 이런 부족함을 메꾸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누가 어느 시인에게 당신은 “언제부터 시인이 되었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시인이 “당신은 언제부터 시인이기를 그만두었냐?”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우리 안의 본성을 잃지 않는 것도 경제활동만큼이나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연구원의 활동을 통해서 인도네시아 문화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알아가면서 인도네시아와 친숙해지면 좋겠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바다 위에 길게 펼쳐 있는 넓기만 한 섬나라가 아니라 밀림의 중심부처럼 아주 깊은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