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文香), 가멀란과 사물놀이 어울림 속에 피어나다
(제 8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인터넷 문학상/제 1회 ‘나의 한국 이야기’ 에세이 대회 시상식을 보고)
어느새 무대 조명이 밝아지면서 하얀 장막 아래로부터 구눙안(gunungan)이 서서히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일년 동안 모두가 손 꼽아 기다려 온 이곳 인도네시아에서의 한글 문학 축제의 한마당이 열린 것이다.
신덴(sinden)의 가는 목소리가 가멀란을 따라 넘나들 때, 운명처럼 다가와 어쩌지 못하고 눌러 앉아 살아가는 인도네시아를 깊은 눈으로 바라 본, 작품 하나하나
가 소개 되기 시작했다. 둥근 지구 어느 만큼에 있는 인도네시아는 사랑을 유지
하는 간격만큼 우리 마음에 가까이 다가 와 있었고, 자카르타가 밉다는 아낙 깜
뿡(Anak Kampung)은 보니의 편지를 서툴게 읽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건달은 벙
아완 솔로 강둑에서 밥 사주는 남자를 목 놓아 기다리고, 바나나 밭 뒷골목은 빠
사르 산타(Pasar Santa)에 있었다. 나. 너. 우리는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랑이었고,
서점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를 생각해 보지만, 그래도 고마운 나
라 인도네시아에 슬라맛 빠기 ! 시앙! 소레! 말람!을 전하고 있었다.
앙끌룽(angklung)의 원초적인 소리와 달랑(dalang)의 목쉰 소리에 따라 문학이라
는 멋진 이름을 빌려, 가슴으로 끌어 안은 인도네시아가 속속들이 맨 살을 드러
내기 시작한 것이다. 상(賞)의 크고, 작음은 문제 되지 않았다. 오직 우리가 경험
해 보지 못한,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깊게, 그리고 넓게 문학이라는 무
대 위에서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 가슴을 두드리는 낯 익은 소리가 들려 왔다. 한국의 사물놀이! 그 음률에
따라, 오랑 인도네시아(orang Indonesia)가 한글로 바라 본 우리, 한국 그리고 한
국인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인인 내가 몰랐던 한국, 그리고 한국인
이 하나하나 깊숙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렇다, 가멀란과 사물놀이는 두드려야 소리가 난다. 두드리지 않으면 음률과 노
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이제, 한글 문학이라는 타악기를 오랑 꼬레아, 오랑 인
도네시아가 신명 나게 두드리며 연주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래야, 더욱 서로
를 끌어 안을 수 있지 않겠는가?
어느새, 일년에 한 번, 열리는 문학 축제의 구눙안이 가멀란과 사물놀이의 어울림
속에서 서서히 장막 아래로 내려지고, 자카르타 하늘 위로 문향이 피어 올라, 멀
리 퍼지기 시작했다.
ㅇ 구눙안 (gunungan) : 와양 꿀릿 (Wayang Kulit. 그림자 연극의 시작과 끝을알리는 상징)
ㅇ 신덴 (sinden) : 가멀란 음률에 맞춰 노래 부르는 여성
ㅇ 달랑 (dalang) : 와양 꿀릿의 변사(辯士)
김영수 : 제 8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인터넷 문학상, 대상 주인니한국대사상 수상자 (PT. Semarang Garment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