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글을 쓸까? 왜 공모전에 응모할까?
상을 받으면 어떤 느낌일까?
지난 27일 남부자카르타에 위치한 한인니문화연구원(원장 사공경) 강당에서 제4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인터넷
공모전에서 수상한 한인들을 만났다.
자카르타, 족자카르타, 발리 등지에서 살면서
겪는 일상과 감정을 수필과 시로 써서 공개적으로 드러내서 긍정적인 반응은 확인한 수상자들은 기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모두 글쓰기를 따로 배우지 않고 무작정 글을 썼고, 자신들의 글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지 궁금해서 응모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개인의 삶, 지역 정보,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다.
‘발리에서 예술가의 꿈을 펼치다’라는 수필로
우수상 겸 한인니문화연구원이사장상을 수상한 강명주(33세.
여) 씨는 우연히 발리에 왔다가 매료되어서 3년 전에 발리에 정착하게 됐고 그 때부터 ‘발리키키’라는 블로그를 만들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매일 1건씩 올렸다고 했다.
그는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읽은 사람들이 발리 이야기가 독특하고 신선하다며 책을 한 번 내보라고 해서 고민을 하다가 자신의
글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해져서 공모전에 응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자신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블로그에 공감하는 댓글을 남기면 고맙고
때로는 통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며, 어려움을 겪을 때는 다른 동남아시아국가에 사는 블로거들의 조언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재미있게 읽기를 바라고 또한 정보가 되길 바란다며, 블로그를 통해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한다고 말했다.
잃어버렸던 나의 스크랩북이라는 수필로 최우수상 겸 재인니한인회장상을 수상한 김현미 (46. 여) 씨는 “출품할 글을 쓰면서 현재의 삶이 내가 원하는 삶에 접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라며
“현재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좀더 경험이 쌓이면 제 분야에 대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의 글쓰기는 그 준비과정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60세 이후에는 내가 원했던 일을 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이번에 글을 쓰면서 그 계획이 정리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지 5개월째라는 김 씨는 “나는 인도네시아가 좋다.
이들에게는 긍정이 있다”며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무조건 된다고 했다가 나중에 못한다고 하는 것을 보고 거짓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무엇인가 하려고 하는데 처음부터 무조건 안 된다고 얼마나 위축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자바의 둥지’라는 시로 특별상 겸 재인니상공회의소회장상을 수상한 한경순(54. 여) 씨는 “갱년기를 지나면서 우울했는데 수상하고 나니 삶에 대한 새로운 의욕이 생깁니다”라며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살아온 20대 청춘부터 50대 장년까지
27년 간의 인생을 야자나무 그늘 아래 앉아 구슬로 꿰어 볼까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열린 공모전 시상식 및 문화행사에 대해 “저를 위한 밤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기쁨을 알게 됐고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 씨는 가구점을 운영하면서 손님이 뜸하고 혼자 있게 되는 시간에 글을 썼고, 그때그때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쓴 글을 모은 USB가 지금은 자신만의 보물상자가 됐다고 말했다.
‘세 번째 인생’이라는 수필로 장려상 겸 한인니문화연구원상을 받은 조영성(50세.
남) 씨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알리고 싶어서 공모전에 응모했다며,
자신도 결혼 전에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즈빠라 한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조 씨는 6년 전 노총각 신분으로 인도네시아로
이주했고, 지난해 현지인 부인과 결혼해 출산을 10일 가량 남겨둔 상태다.
그는 “우리도 똑같아요. 걸림돌이 있지만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살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입니다”며 “아내와 23살이나 차이가 나지만
세대차이는 못 느낍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공모전에서 학생부 심사를 맡았던 채인숙 작가는 진정성과 감동이 느껴지는가를 심사기준으로 삼았다며, 생각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부문은 응모작이 많지 않았다며, 그는 시를 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고
시를 쓰는 성인과 청소년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 작가는 이번 공모전을 치르면서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이야기할 공간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사공경 원장은 “심사를 할 때는 이름을 모두 가리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심사위원들이 선발하는 작품이 거의 같습니다.
글을 읽고 받는 느낌은 대부분 비슷합니다”고 말하고, “내년에도 많은 분들이 응모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강영주 씨가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일상을 그대로 글로 옮겼습니다”라며 ”매일매일 쓰다 보면 글에서 자기만의 특징이 드러난다고 하더라구요”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채 작가와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내년에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지금도
인도네시아 어디에선가 일상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노트에 쓰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글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해보고 싶다면 내년 공모전에 도전하라고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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