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속의 통일
여행을 떠나는 기쁨으로 두 가지가 있다. 미지의 공간에 도착하여 설레임 속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과 여행 중에 만난 인연으로 귀한 새 친구를 얻는 기쁨이다.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만난 친구, 여행길에 만난 친구는 그래서 좋다. 241번째 계획된 문화탐방지는 모나스~국립박물관~임마누엘교회~Ragusa 아이스크림~ Cemara 갤러리다. 각 탐방지마다 다양해서 더 아름다운 인도네시아를 느낄 수 있었다. 새 친구와 함께.
먼저 도착한 Monas 국립 기념탑은 독립을 기념하는 상징적 탑이다. 자카르타의 가장 중심 부분에 위치하며 음양, 선과 악, 밤과 낮, 남자와 여자를 뜻한다. Monas 기념탑의 가로․세로 폭과 높이를 보면 네덜란드 지배 하에서 독립한 1945년 8월 17일 기념일에 대한 상징과 염원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루다 국장에 묘사된 빤짜실라의 구성 역시 목 부분의 45개의 삼각 깃털과 양쪽 날개 17개, 그 밑에 8개의 날개로 모두가 독립 기념일과 그 해 45년을 상징한다. Bhinneka Tunggal Ika라는 글씨는 인도네시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다양성 속의 통일을 뜻한다.
국립박물관에서도 인도네시아의 다양성과 통일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1층 전시관 오른 쪽의 종족구성 지도를 보면 2억 5천이란 인구가 자바인(41%) 순다인(15%) 말라까인(41%) 중국계, 마두라, 바딱 등 300여개의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17,000개의 섬에 분포 되어 한 국가를 이룬다. 이들의 종교 또한 이슬람 87% 기독교(개신교 6% 가톨릭) 힌두 불교 유교 등 5대 종교를 인정하는 것을 일 년 달력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모든 종교 창시자에 대한 탄생과 죽음 그리고 그에 대한 기념일을 공휴일로 정해 다양성과 통일을 지킨다. 2층 3층 유물에서도 다양한 인도네시아를 알 수 있었다.
문화탐방의 일정 중 가장 자유로운 점심시간을 맞아 찾아간 곳은 역시 맛과 멋 그리고 문화를 겸비한 전통 음식문화의 공간이었다. JL.Veteran에 위치한 Dapur Babah는 중국인 전통의 붉은 색으로 테이블보로 쓰여 있었고 의자와 벽기둥 장식들은 동남아 5개국 신들을 사방에 벽장식으로 치장하였다. 인도네시아, 중국, 네덜란드 음식 문화의 대향연이었다. 역시 다양함 속에 통일이란 문장의 의미가 실현된 곳이다.
Ragusa ice cream (JL. veteran no. 10)은 이탈리아 사람 이름 Luigie Ragusa, Vincenzo Ragusa 형제에서 유래 된 이름이다. 1933년 자카르타 1호점을 운영하면서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 유명한 점포 입구엔 아이스크림을 사기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먼저 맞이하는 포장마차 사떼(꼬치구이) 오딱오딱(어묵구이) 가도가도(야채섞음) 미고렝(국수볶음)등이 있다. 역시 다양함을 이루는 음식문화가 같은 거리에 함께 공존하는 다양한 삶을 읽을 수 있었다.
Gereja Immanuel (임마누엘 교회)
1834년~1939년에 건립된 임마누엘 교회는 설립목적이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 기독교 신자들의 종파를 통합시키기 위해서였다. 즉 다양성 속의 통일을 실현하는 곳이다. 성마리아 가톨릭 대성당과 이스띠깔 이슬람사원 가까이에 위치해 있고 감비르 ( Gambir ) 기차역을 향하고 있으며 모나스 광장 주변으로 둥그렇게 모여 있다. 타종교 건물들이 가까이 있는 것은 종교의 자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역시 다양성 속의 통일을 실현하는 곳이다.
문화 탐방의 여정가운데 보고, 듣고, 관찰한 건축물과 유물들 그리고 역사의 흔적을 꼼꼼히 보며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단일 민족, 백의민족임을 늘 자랑하며 우월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우리와 다른 민족성을 지녔다. 수 백 개의 종족과 언어, 그 다양함 속에 음식문화, 생활습관, 종교 등 다문화 속에 융합하여 하나 된 국가를 형성한 저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 내면엔 민족성의 위대함도 숨어있다. 타 문화에 대한 배려, 인정, 신뢰, 그리고 내 것을 타인에게 강요, 주장하지 않는 겸손 등이 생활화되어 있다. 즉, 내 것만이 최고라는 결론보다는 타인의 것에 대한 배려가 지금까지 이 넓고 큰 도서 국가를 형성하여 올 수 있게 된 힘이 아닐까.
우리 대한민국은 최근 들어 다 문화 가정과 다 문화에 대한 배려를 계몽하고 있다. 워낙 단일민족으로 하나 됨에 강했던 우리 민족이기에, 나와 전혀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인색하다. 그러나 이젠 변화해야 할 것이다. 세대는 글로벌 시대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면 타인을 인정해야, 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사람을 배려하고, 신뢰하고, 그들이 이루어 오고 있는 음식 문화, 생활 습관, 종교 문화 등을 이해하지 않고 융합하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적응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마음을 열고 바라보자.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며 더욱 아름다운 인도네시아로 느껴질 것이다. 우리 뇌의 구조는 긍정적으로 임할 때 긍정의 효과를 얻는다. 부정은 곧 부정을 낳고 나아가 흡수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다양함속에 하나 됨을 이루는 인도네시아에서 우리는 베풀며 배우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인니 사람들은 우리 한국인을 세계에서 우수하고 월등한 기술과 능력을 가진 국민으로 바라본다. 그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부를 가졌다고 판단 한다. 그러기에 한국 사람들을 보면 인니 사무실 직원이나 주변 이웃들이 스스럼없이 도움을 청한다. 당연히 도와 줄 것을 기대하고 요구한다. 처음엔 그런 청을 받으면 당황하고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우린 이런 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
한국 사람들의 문화는 ‘정’에 약해 야기되는 문제도 종종 있다. 정에 약한 사람이 마음먹고 주려하면 간도 빼주려 하지만 여기 사람 속담에 “간을 빼 주었더니 심장을 달라한다”는 속담이 있다. 도를 지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연습과 자기 훈련을 통해 인니 생활 적응에 달인이 되어보자. 다양한 속에 하나 되는 연습을 해 보자.
문화 연구원에서도 나눔의 문화는 실천되어지고 있다. 241회가 지나도록 사공경 원장님은 열정과 사랑으로 인도네시아 문화를 알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빈손으로 탐방 길에 오르지만 그는 늘 많은 간식과 음료를 손수 준비하여 안내 책자 및 명소에 대한 정보지까지 꼼꼼히 준비하여 감동과 사랑을 나눠준다.
문화 탐방에서 건물을 보고 역사를 외우고 인물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은 인터넷에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 탐방을 통해 ‘나’라는 존재보다 ‘우리’라는 공감대로 하나 되어 나눔을 배운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만들어 놓은 역사의 발자취 속에 살아있는 문화를 후세들이 누리고 사는 감사를 얻는다. 그럼 나는 이 시대에 어떤 역사와 문화의 ‘점’을 찍으며 후세들에게 어떤 문화를 누리게 할 수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어디서 호흡하고 있으며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 누구와 함께 하나 되는가? ‘점’ 하나가 모여 선을 이루고 모나스 역사박물관에서 본 것처럼 ‘한 사람’의 불씨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였고 독립 국가를 이루었듯이 문화연구원의 문화 탐방은 역사의 발자취를 이어가며 하나의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면이 되어 인니 속에서 다양성 속의 통일을 이루어가고 있다.
2013년 10월 12일 한경순 (인터넷공모전 특별상 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