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사단법인 한*인니문화연구원 207회-208회 문화탐방 2012년 2월 21-22일
반둥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더 사랑하게 된 여행
변해숙(한*인니문화연구원 회원)
여행 첫날
사공경 선생님과 회원 22명이 새벽 6시 30분 출발. '자바의 파리' '꽃의 도시'라 불리는 반둥으로 1박2일 여행을 시작했다. 아침식사로 준비해 준 삶은 고구마와 옥수수 그리고 망기스, 두꾸 등 열대과일을 먹으며, 이 여행이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처럼 나의 영혼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자카르타에서 반둥까지 3시간을 달려 처음 도착한 "아시아 아프리카 박물관"은 세계 2차 대전 후 신생독립국가들의 모임 '아시아 아프리카 회의'가 열렸던 곳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아시아.아프리카(반둥회의)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고, 50주년 행사(2005년)에 참석했다. 회의가 열렸던 곳에서 만국기를 바라보니, 반둥이 세계 평화에 이바지했던 곳임을 느낄 수 있었다.
반둥 시청은 지붕 위에 있는 6개의 구슬장식 모양이 인도네시아 음식 사떼를 닮아 ‘거둥 사떼(gedung sate)’ 라고 부른다는 이야기에서 이들의 소박함이 느껴졌다. 시청 맞은편에 있는 '지학박물관'에서는 현장학습을 나온 인도네시아 학생들을 만나서 그들과 함께 화석과 공룡 등의 모형을 감상했다.
여행의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명한 곳에서 먹는 식사다. ‘인디세따펠 레스또 인도-블란다(Indischetafel Resto Indo-Belanda, 022-421-8802)’는 방마다 놓인 고풍스러운 그릇장과 그 안에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 그릇들, 그리고 시간을 느끼게 하는 갖가지 소품만으로도 유럽 귀족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곳에서 일행들과 우아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을 되돌린 느낌이 들었다.
바틱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직물이다. 우리는 흰 천에 바틱 문양의 틀을 달구어 놓은 파라핀에 찍은 후,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나누어 염색을 했다. 자기만의 손수건을 만들고 좋아하는 우리들의 얼굴에 미소가 머문다.
‘사웅 앙끌룽 우조(Saung Angklung Udjo)’는 반둥의 또 다른 매력이다. 유치원 아이들부터 중고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앙끌룽 연주와 춤 그리고 인형극을 공연한 뒤, 대나무 악기 앙끄룽을 하나씩 관람객에게 나누어준다. 우리는 현장에서 잠깐 앙끌룽 연주를 배운 뒤 공연단과 다른 관객들과 함께 직접 연주를 했다. 대나무의 울림이 화음을 이루고 도레미쏭과 에델바이스의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영혼의 휘파람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이 한국인, 서양인 그리고 인도네시아인 할 것 없이 하나가 됐다.
아울렛으로도 유명한 반둥. 숙소로 가기 전에 아울렛 매장을 방문했다. 다양한 옷들 속에서 나에게 어울리는 저렴한 옷을 고르기 위해 열심히 입어보고 티셔츠를 구입했다. 오늘 산 옷을 입을 때 마다, 나는 즐거웠던 여행의 추억도 함께 입겠지… 어두운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숙소인 ‘산그라시아 리조트(SanGrasia Resort, 022-2788-777)’에 도착했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날이 밝아야 볼 수 있기에 흥분을 접고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둘째날
동이 트기 전 일어나 테라스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여명을 감상했다. 편안한 분위기의 호텔을 뒤로 하고, 해발 2083m의 ‘땅구반 뻐라후(Tangkuban Perahu)’ 화산으로 향했다. 이름대로 시내에서 봤을 때 배가 뒤집힌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화산에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다양숨비라에게는 상꾸리앙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이 어렸을 때 집을 떠나자 어머니는 큰 슬픔에 잠겼고, 신은 그 어머니에게 영원히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게 해줌으로써 그녀를 위로했다. 세월이 흘러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두 사람은 서로가 모자 관계인 것을 모르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둘은 살아온 시간을 이야기 하면서 어머니는 상대가 아들임을 알게 되고 청혼을 거절한다.
상꾸리앙이 계속 결혼하기를 조르자 해가 뜨기 전에 큰 배 한 척과 호수를 만들면 결혼 승낙을 하겠다는 불가능한 제한을 한다. 상꾸리앙이 배와 댐을 거의 완성해가자 다앙숨비는 신에게 해가 빨리 뜨도록 요청을 하고, 또 도시 동쪽에 붉은 실크천을 펼쳐 해가 뜬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해가 떠오른다고 생각한 상꾸리앙은 화가 나서 배를 뒤엎어 버렸다. 활화산인 땅꾸반 빠라우에서는 지금도 연기가 피어 오르는데, 사람들은 이 연기를 못다 이룬 사랑의 분노라고 말하지만 나는 무모한 사랑을 향한 상꾸리앙의 열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땅구반 뻐라후를 끼고 한 시간 가량 걸으면 ‘까와 우빠스(Kawah Upas)’라는 곳을 만나게 된다. 산중턱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 모습이 비밀의 장소 같다. 현지인이 인근의 ‘까와 도마스(Kawah Domas)’에서 솟는 온천수에 삶아서 가져온 계란을 소금도 없이 먹었다. 이른 아침 산행 후 먹는 따끈한 계란이 또 하나의 즐거움을 더했다.
인도네시아를 좀더 가까이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사뿌 리디 레스토랑(Sapu Lidi Restaurant)’을 권한다. 정원에 설치된 등이 자연과 잘 조화를 이뤘다. 큰 키의 파피루스 사이로 첫사랑의 푸르름이 들어왔다. 그 푸르름 속에 흔들리는 것은 파피루스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깜뿡 다운(Kampug Daun)’은 계곡을 끼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컬쳐 갤러리 & 까페다. 늦은 아침식사로 배가 불러 이곳에서 식사를 하지 못 함이 아쉬웠다. 앞서 이곳을 방문했던 분이 닭요리를 강력히 추천한다고 하니,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먹어 봐야 할 것 같다.
‘뇨만 누아트(Nyoman Nuart) 조각공원’은 2000년부터 일반에 공개되었으며, 실내 갤러리와 실외 조각 공원, 카페, 기념품 가게, 작가의 작업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그는 철, 구리, 놋쇠라는 무거운 소재를 반투명 형식으로 표현해, 속이 보이는 여백을 남김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우리는 작업장을 둘러보며 작가에 대해 친근감을 더 느낄 수 있었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통해, 나는 반둥을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더욱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땅구반 뻐라후 화산에서는 자연의 신비, 살아있는 지구를 느낄 수 있었고, 소박한 대나무 악기 앙끌룽 Anklung을 연주하며 문화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생각했다. 특수성을 통해 다양한 세계화에 기여하는 세계문화유산 앙끌룽을 보며 ‘가장 인도네시아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명제를 생각했다. 문화의 보편성을 통해 세계인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생각을 하게 됐고, 누아트에서는 조각을 보며 인간의 창의성을 통한 창작의 즐거움을 엿볼 수 있었다.
참고서적 –서부자바의 오래된 정원 (사공경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