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로그인 회원가입


HOME>>문화탐방 [탐방기및 사진]>>
 
작성일 : 18-02-13 18:22
리스트
315회 문화탐방 - 저자 물따뚤리(Multatuli)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2,392  
  게시글 주소 : http://www.ikcs.kr/ik/bbs/board.php?bo_table=B15& wr_id=170



315회 한*인니문화연구원 문화탐방 후기

 

물따뚤리 박물관과 식민시대 인도네시아인들의 저항

(반뜬주 르박군 랑카스비뚱 소재)

 

엄은희(지리학 박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지난 211() 이른 아침 자카르타를 떠나 반뜬주 르박군(kabupaten Lebak, Provinci Batennci)의 군청소재지 랑카스비뚱으로 향했다. 9명의 조촐한 우리 일행은 한*인니문화원이 기획한 315차 문화탐방을 가는 길이었고, 주요 일정은 물따뚤리 박물관(Museum Multatuli)’ 개소식 참석 및 소설 『막스 하벨라르 Max Havelaar』에 등장하는 장소와 관련 인물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막스 하벨라르』는 네덜란드 작가 에두아르드 도우스 데케르(Eduard Douwes Dekker)1860년 발간한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다. 박물관의 이름이 된 물따뚤리는 데케르의 필명이다. 언뜻 바하사 인도네시아처럼 들리지만, 물따뚤리는 라틴어로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다란 뜻을 지닌다. 소설 속의 막스 하벨라르는 네덜란드 식민정부의 관료였는데, 여러 측면에서 작가 자신과 삶의 궤적이 겹친다. 다시 말해, 소설 속의 막스 하벨라르와 소설의 저자(필명)인 물따뚤리와 19세기 중반 르박 군의 식민관료였던 데케르는 같은 사람의 여러 자아들이라 할 수 있겠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800년대 중반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의 파산(1799) 후 네덜란드 정부의 의한 식민지 직접통치가 이루어 시작되었던 시기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식민지 경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농민들에게 현금화할 수 있는 커피와 설탕 재배면적을 강제로 할당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또한 식민 대리인(주로 현지인 군수)들을 내세워 세금과 현물을 징수하게 만들었는데, 대부분의 식민지 역사에서와 마찬가지로 폭력적 방식이 자주 동원되었다. 현지인들의 식량인 쌀 대신 강요된 상품작물을 생산하느라 자바와 수마트라 섬에서는 기아에 허덕이다 죽거나 농촌을 탈출하는 주민들이 속출했었다.

 

소설은 당신 반뜬주 르박 지역에서 자바인들에게 행해진 폭력적 착취를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본국 정부와 유럽 시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누리는 풍요가 식민지의 아시아인들의 고통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이 소설의 영향으로 네덜란드의 식민정책은 현지인에게 교육과 문화를 제공하는 윤리적 전환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교육개혁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의 민족주의가 싹틀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했던 문인 쁘라무디야(Pramoedya Ananta Toer)가 이 소설을 일컬어 식민주의에 종지부를 찍은 책이라 불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 여러 언어로 번역된 소설 『막스 하벨라르』

 

반뜬주의 남쪽에 위치한 르박군은 두 개의 하천-Ciberang 강과 Ciujung -이 합류하며 만들어 놓은 분지 지역으로 산지와 평야가 맞닿아있어 쌀농사 뿐 아니라 사탕수수, 야자의 재배에도 적합한 곳이다. 르박군은 고속도로 중심의 현대적 육상교통(현 자카르타-므락 고속도로)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다. 하지만, 식민시대 건설된 자카르타-므락(Jakarta-Merak) 간 철도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자카르타를 출발해 정서 방향이 아니라 르박이 있는 남서쪽을 향해 크게 휘어졌다가 다시 북서향해서 자바 섬의 서쪽의 므락에 이른다. 추측컨대 르박군의 랑까스비뚱이 과거엔 농업의 중심지이자 상품작물 재배지로 상당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인구 15만 명의 이 작은 군은 현재 물따뚤리를 콘텐츠로 한 다양한 문화자원을 개발함으로써 국내외 관광을 유치하고 지역의 장소 정체성을 만들어가겠다는 야무진 구상을 실현 중에 있다. 211일에 개장한 물따뚤리 박물관은 신임 관장이 된 우바이딜라(Mr. Ubaidilah)의 노력과 르박군(군수 Hj. ITI Octavia Jayabaya)의 든든한 지원으로 설립되었다. 지역의 중등 교원이었던 우바이딜라 관장은 대학 시절 『막스 하벨라르』 소설을 접한 후 관련 독서모임을 만들거나 소설 관련 국내외 자료를 모아 온 사람이었다. 15년 이상 지속되었던 그의 개인적 노력은 군청이 일종의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을 위해 물따뚤리에 주목하게 되면서 결실을 맺게 되었다.

 

군청 앞 광장(Alun-Alun)의 동쪽에 새로 건축된 박물관은 소설에 관한 내용과 당시 식민세력에 대항했던 농민과 민족주의자들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옆으로는 제법 큰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밖에 데케르가 직접 거주했던 식민관료를 위한 관사(아쉽게도 85퍼센트 이상이 잘려나갔고 보전상태도 좋지 않다), 그의 필명을 딴 거리(Jalan Multatuli), 소설 속 악역의 실제 모델이었을 인도네시아 군수의 무덤 등이 가까운 거리에 모두 자리 잡고 있다.

 

이 모든 관광자원은 자카르타에서 3시간 남짓 거리에 조성되어 있다.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식민 시대 인도네시아인들이 겪었던 고통과 이를 벗어나기 위한 농민과 민족주의자들의 저항의 역사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또한 그 시대 지배자의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식민 지배의 부끄러운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으며, 더 나아가 착취 받던 인도네시아인들의 편에 서고자 했던 물따뚤리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많은 교민들이 물따뚤리 박물관 여행을 통해 한국 사람과 인도네시아 사람 간의 관계맺음에 대해서도 한 번 쯤 성찰해 보는 기회를 가져볼 것을 권해 본다.

 

사족 1> 물따뚤리 박물관을 있게 한 소설 『막스 하벨라르』는 세계적으로 소설 뿐 아니라 공정무역(fairtrade)의 대표적 상표로 유명하다. 1988년 멕시코의 가난한 농민을 지원하던 네덜란드인 신부 프란스 판 데어 호프는 농민들과 함께 막스 하벨라르라는 이름의 무역회사를 만들었고, 농민들이 재배한 커피를 막스 하벨라르라는 상표를 붙여 유럽 시장에 팔았다. 막스 하벨라르는 공정무역 운동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최초의 사례이다.

 

사족 2> 1860년 발간된 물따뚤리의 소설『Max Havelaar』는 현재까지 4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다.(영어판 1868, 인도네시아어판 1972) 이 소설은 현재 인도네시아 교민 배동선 작가와 양승윤 교수(한국외대 명예교수)에 의해 공동번역되고, 사공경 원장의 물따뚤리의 발자취를 찾아서라는 에필로그를 덧붙여 올 상반기 한국어판이 출간될 예정(출판사: 시와 진실)이다






































 
리스트
 

Total 167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340회 문화탐방 - 5년 동안 기획하고 준비한 유리에 그린 인도네시아 이야… 운영자 2024-03-24 3139
339회 문화탐방 - Museum Di Tengah Kebun Kemang; Dia.Lo.Gue Arts Space; Duta Fine Arts Found… 운영자 2024-03-24 3314
338회 문화탐방 - 수카르노의 꿈 운영자 2024-03-24 3274
337회 문화탐방 - 세계적인 인도네시아 도예가 F. Widayanto와 함께하는 문화… 운영자 2023-02-03 5009
336회 문화탐방 - 인도네시아 한인사 100년의 발자취를 더듬다 기획탐방 6 … 운영자 2022-09-15 6339
334-335회 문화탐방기 -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 기획탐방 5 그의 이름을 … 운영자 2020-01-30 12056
333회 문화탐방 - 인도네시아 한인사 100년의 발자취를 더듬다 기획 탐방 4… 운영자 2020-01-30 12190
332회 문화탐방 - <인도네시아 한인사 100년 기획탐방> #3 한인 역사 속… 운영자 2019-12-16 12639
331회 문화탐방 - <인도네시아 한인사 100년 기획탐방> #2 한인 역사 속… 운영자 2019-12-16 12108
330회 문화탐방 - <인도네시아 한인사 100년 기획탐방> #1 장윤원 역사… 운영자 2019-12-16 12851
329회 문화탐방 그림을 읽어드립니다 “LINI TRANSISI 시대에 따른 미술의 변… 운영자 2019-08-27 12877
328회 문화탐방 Taman Mini Tour & Jogja Musical Dance (2019년 8월 3일) 운영자 2019-08-26 12772
327회 문화탐방 - Taman Mini Tour & Jawa Timur Festival 운영자 2019-03-20 14052
326회 문화탐방 - 바타비아 차이나타운 걷기, Jalan-jalan Glodok 운영자 2019-03-14 13692
325회 문화탐방 - Roemah Djawa Tour 운영자 2019-01-21 11783
324회 번개 문화탐방 - Open House Roemah Djawa 운영자 2018-12-10 12317
323회 문화탐방 그림을 읽어드립니다 독립 73주년 특별 전시회 “세계의 … 운영자 2018-09-07 11898
322회 문화탐방 Kota Tua (제17차 정기투어) 운영자 2018-09-05 13538
321회 문화탐방 앙코르 전시탐방 “내 이름은 프람” 인도네시아의 대문… 운영자 2018-09-05 13502
320회 문화탐방 꼬따 뚜아 Kota Tua (제 16차 정기탐방) 다시 민주주의! 사진… 운영자 2018-05-23 12116
319회 문화탐방 인도네시아의 대문호, 인도네시아의 물따뚤리 “프라무… 운영자 2018-05-23 12431
318회 문화탐방 시인과 함께하는 바타비아 꼬따 뚜아 Kota Tua 탐방 제 15차 … 운영자 2018-05-22 11856
317회 문화탐방 꼬따뚜아 Kota Tua - 제 14차 정기투어 운영자 2018-03-23 12019
316회 문화탐방 꼬따뚜아 Kota Tua - 제 13차 정기투어 운영자 2018-03-05 12380
315회 문화탐방 - 저자 물따뚤리(Multatuli) 운영자 2018-02-13 12393
312회 - 314회 문화탐방 - 살아있는 고도 족자카르타 운영자 2018-02-13 12190
311회 문화탐방 - 끄망 갤러리 투어 운영자 2018-02-13 12014
310회 문화탐방 국립갤러리 운영자 2017-08-29 12898
309회 문화탐방 꼬따 뚜아 운영자 2017-08-29 12534
300회 특선 문화탐방 찌르본 왕궁에서 즐기는 전통공연과 만찬 & 꾸닝안 S… 운영자 2016-09-29 16235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마을, 따나 또라자 (Tana Toraja) 제 2편 운영자 2015-10-25 12315
269회-273회 문화탐방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마을, 따나 또라자 (Tana Tora… 운영자 2015-06-19 17131
숨바문화탐방 사진 운영자 2014-04-01 15372
240회 'Museum di Tengah Kebun' + 'DUTA Gallery' 끄망 탐방 사진 운영자 2013-09-10 16771
239회 뿐짝 탐방 ('Gunung Mas Agro 차밭' 편) 운영자 2013-07-25 17238
221회 도자기 센터 'Rumah Tanah Baru' 탐방 - 사진 part 2 운영자 2012-11-23 16474
221회 도자기 센터 'Rumah Tanah Baru' 탐방 - 사진 part 1 운영자 2012-11-23 16549
221회 도자기 센터 'Rumah Tanah Baru' 탐방기 운영자 2012-11-23 17557
216회-218회 족자 문화탐방 - 빠랑뜨리띠스 해변 운영자 2012-09-27 17822
216회-218회 족자 문화탐방 운영자 2012-09-27 16593
216회-218회 족자 문화탐방 사진 - 울른 센딸루 박물관 운영자 2012-09-27 16838
216회-218회 족자 문화탐방 사진 - 보로부두르 사원 운영자 2012-09-27 17441
216회-218회 족자 문화탐방 사진 - 라뚜 보꼬 사원 운영자 2012-09-27 16996
219회 뿐짝 탐방 사진 - 차밭 (2) 운영자 2012-09-26 16707
219회 뿐짝 탐방 사진 - 차밭 (1) 운영자 2012-09-26 16298
210회-212회 가룻 문화탐방기 운영자 2012-05-04 19291
209회 자카르타의 순다끌라빠항 문화역사탐방 (2012. 3. 31) - 4 운영자 2012-04-11 17413
209회 자카르타의 순다끌라빠항 문화역사탐방 (2012. 3. 31) - 1 운영자 2012-04-10 16794
제 207회-208회 반둥 문화탐방기 운영자 2012-03-21 18453
한*인니문화연구원 제 204회 –206회 문화탐방기 Jan 31(화) - Feb 2 (목) 2012. 운영자 2012-02-18 17930
204회 -206회 문화탐방-1월 31일~2월 1일 "족자 2박 3일" 운영자 2012-01-07 16991
167 325회 문화탐방 - Roemah Djawa Tour 운영자 2019-01-04 3307
166 318회 문화탐방 시인과 함께하는 바타비아 꼬따 뚜아 Kota Tua 탐방 제 15차 … 운영자 2018-05-23 3205
165 311회 문화탐방 - 끄망 갤러리 투어 운영자 2018-02-13 3314
164 284회 문화탐방기-다양성 속에서 이루어내는 균형과 공존 운영자 2016-02-13 4347
163 226-268 족자 문화탐방 사진2 운영자 2015-05-07 4317
162 226-268 족자 문화탐방 사진 운영자 2015-05-07 4215
161 266회~268회 족자문화탐방기 운영자 2015-05-07 4566
160 263회-265회 문화탐방 사진 운영자 2015-04-28 4272
159 263회-265회 문화탐방기-인도네시아, 서부자바의 중심지 반둥을 느끼다. 운영자 2015-04-28 4889
158 제 33회 열린강좌 (2015년 2월 28일)-맛없는 커피도 함께 마시면 최고의 커… 운영자 2015-04-28 4661
157 258-260회 (2015년 1월28일~30일) 문화탐방기 -검은 돌멩이의 얼. 혼. 넋이 깃… 운영자 2015-04-28 4364
156 261회 문화탐방 (2015년 2월 17일) 독립의 거리, 예술의 거리 Menteng 운영자 2015-04-28 4082
155 261회 문화탐방기 - 독립의 거리, 예술의 거리 Menteng 운영자 2015-02-25 4022
154 독립의 거리, 예술의 거리 멘뗑(Menteng), 찌끼니(Cikini) 탐방 운영자 2014-10-20 4338
153 아세안은 내친구 사진 Part 3 운영자 2014-09-03 4176
152 아세안은 내친구 사진 Part 2 운영자 2014-09-03 4145
151 아세안은 내친구 사진 Part 1 운영자 2014-09-03 4052
150 아세안은 내친구 - 한국에서 온 편지 운영자 2014-09-03 4609
149 아세안은 내친구 운영자 2014-09-02 4330
148 한*인니문화연구원 243회 문화탐방기 - 임이랑 (한*인니문화연구원 인턴, … 운영자 2014-03-02 4657
147 242회 문화탐방 (도자기 센터) 탐방기 운영자 2014-01-13 5046
146 242회 문화탐방 (도자기 센터) 사진 운영자 2014-01-12 4504
145 241회 문화탐방 사진 (II) 운영자 2013-10-29 4543
144 241회 문화탐방 사진 (I) 운영자 2013-10-29 4503
143 241회 문화탐방 탐방기 운영자 2013-10-29 5499
 1  2  3  4  5  6  7  

인사말    소개             소개          일정안내         문화강좌시간표 문화행사    연구원사진첩 게시판      
안내       일정안내       일정안내     시상및문화행사 문화교실사진    회원사진첩    Q & A      
오시는길 탐방기및사진 강좌후기    사진첩             행사축하말   
내부전경
공지사항
632
304
2,002
1,048,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