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고도(古都) - 족자카르타 이야기
인니 문화연구회 회원 박경자
한인회인니문화연구회는 내게 오아시스와 같다.
지난 7월26일(월요일) 오전 10시에서 1시 사이, 나는 그 오아시스를 찾아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그날 그곳에서는 살아 숨쉬는 고도, 족자카르타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초청 강사로는 해리티지 스쿨프로그램 회원 이정희씨와 우리 문화연구회회원 이재원씨였다.
2년 전 사공경 선생님이 이끄시는 문화탐방의 대열에 끼여 족자카르타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낯선 이국 땅에서의 여행 자체만으로도 설레던 때라 무작정 길을 나서기로 했었다. 그런 내게 사공경 선생님의 열정과 봉사는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 시키고 무지를 깨우치는 통로였다.
보로부두르 사원과 쁘람바난 사원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 졌고, 내게 오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다시 족자를 찾게 되리란 확신을 가지고서도 보로부두르의 신비함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을 그때 더 깊이 알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인니문화연구회에서 속 시원히 나의 갈증을 해결해 주었다. 처음 갔을 때는 그 웅장함과 예술적인 부조, 교육적 가치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새벽의 일출. 다시 가리라 라고 주문처럼 외우던 그때 다시 족자를 만난 것이다.
어느 여행사에서도 설명할 수 없는 족자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문화적 경험이 만나는 자리였다. 남국의 정열이 살아있는 장엄한 불교 건축물 보로부두르의 제작시기는 우리나라 통일신라 시대인 790년경(대략1200년 전)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추정한다. 그 위치부터도 신비롭다. 보로부두르 사원이 쁘람바난사원, 문듯 사원과 함께 일직선상에 놓여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닌 듯하다. 보로부두르의 구조는 1층부터 10층까지로 되어있다. 층의 이동에 따라 부처의 일생과 득도의 과정을 느낄 수 있다. 단일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라는 이 거대한 건축물이 어떻게 세워졌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현대의 최첨단 건축술로도 해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석조물에 사용된 안삼암이라는 돌이 무려 100만 개에 이르는데 그 돌을 어디서 구했는지 어떻게 그곳으로 옮겨왔는지 더욱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런 이유들로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불교의 우주도를 가장 잘 나타낸 건축물이라고 한다.
보로부드르사원의 동쪽 3km 전 오른쪽에는 먼둣사원이 있다. 순례자들의 경우 보로부두르 사원을 오르기 전에 먼저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크기로는 보로부드르와 비교할 수 없지만, 완벽함을 따진다면 결코 뒤지지 않든다고 하니 꼭 들려보고 싶은 곳이다. 우리나라 불국사 부처님처럼 간다라 미술의 영향을 받았고 불교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또 족자에는 슬픈 사랑의 전설이 흐르는 쁘람바난 사원이 있다.
힌두사원인 쁘람바난 사원은 동남아 최대규모의 아름다운 힌두사원으로 알려져있다.
쁘람바난 사원 중 중앙에 우뚝 솟은 사원이 파괴의 신 시바신전이며, 쁘람바난 사원은 바로 이 시바에게 바쳐진 신전이라해도 틀리지 않는다.
좌우에는 창조의 신 브라마와 보호의 신 비쉬누 신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신전 앞쪽, 마주 보는 자리에는 각각의 신들이 타고 다니는 승물을 모신 세 개의 신전들이 있고, 그 주위로 제물을 상징하는 8개의 작은 사원이 세워져 있다.
그것만으로도 규모가 아름답고 웅장한데, 처음에는 모두 245개의 크고 작은 사원들로 이루어졌었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했을 듯 하다. 12세기 머라피화산의 폭발로 인해 현재 16개 정도만 제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족자에는 국립 가자마자대학과 아판디 박물관이 있다.
국립 가자마자대학은 동남아 최대라고 하니 그 규모가 짐작된다. 그 넓이가 족자의 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28개의 단과 대학과 2천2백명의 교수진, 3만5천명의 학생을 수용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자랑이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고흐로 불리는 아판디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국제적인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미술관은 소박하지만 그가 죽을 때까지 살면서 작업한 곳으로 그의 작품과 그가 직접 개조한 자동차, 그의 아내와 딸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형식을 초월한 아판디를 통하여 족자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며 여행길에 오른다면 행복한 여정이 되리라 확신한다.
내게 그런 꿈과 오아시스를 갖게 해준 사공경 선생님께 감사하며 선생님의 시 <보로부두르, 그 화려한 부활>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바람이 분다 십세기의 긴 잠에서
조용히 깨어나는 일만의 부조
이 엄청난 생명의 아수라
바람 불듯 무심한 전설을
눈물로 간직한 동방 사원의
화려한 부활
위대한 창조의 꿈이 꿈틀대는
남국의 정열
안개 낀 시간의
저 담백한 새벽처럼
불교문화이 극치
천 삼백 년 전의 흔적을 캔다
키아라의 입으로 과거를 삼키고
비우고 또 비우며
천상에 오른다
가난한 순례자는 가물란 선율에 발 맞추어
자우로운 내일로 향한다
멀리 야자수는
주체할 수 없는 축복을 던진다
원시의 축복을 던진다
해 떠오르는 소리 들린다
신비의 사원 보로부두르
이제 너는 외로운 사랑
침묵의노래 더 이상 부르지 않아도 좋으리
천년 동안의 잠에서 깨어난 수수깨끼의 보로부두르
-사공경